그해 대설은 소리 없이 승화 (시)
2020. 6. 26. 21:07ㆍ카테고리 없음
그해 대설은 소리 없이 승화
겨울은 없던 거 같습니다
어둠이 물밀려오듯이 성급하게 다가올 때
당신은 미처 눈을 뜨지도 못합니다
먹먹하게 멈춰있던 겨울의 당신은
지금 천천히 미지근합니다
초봄 햇볕 가슴팍에 안긴 마지막 폭설은
길을 잃고 조금씩 하늘로 새어나가 번집니다
점점 더 미지근해지는 눈은
녹아 흐르는 것을 모르고
마지막까지 웅크려 있다가
하늘로 서서히 사라집니다
부드럽게 없어집니다
날아가는 반짝반짝한 눈가루를 본 사람이 없습니다
겨울은 아무래도 없던 거 같습니다
다음해 겨울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