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 (시)

2020. 6. 26. 21:06카테고리 없음

인어공주

 

머리를 거꾸로 하면 겹쳐진 음악이 얼룩덜룩 흐르고

발톱을 손톱깎이로 쪼개면 새들이 날고

기타는 항상 습기가 차서 소리가 작은 것 같아서

표류하는 섬을 베개 삼아 이불 바다를 덮었다

 

손가락이 선율을 따라다니면서 피아노를 친다

풀어지고 묶이길 반복하는 건반의 소리

높은음자리표를 계속 털어보며 도약한다

머리카락은 탈색 후 샛노란 색이 되고

염색을 몇 번 거쳐 연두색과 초록색과

손톱 가루가 묻어난 영롱한 바다색이 물든다

 

해초처럼 염색하려고 한건

아직 생택쥐페리의 죽음을 믿지 않아서 였다

화음이 마구잡이로 올라가면

목소리는 따라가지 못하고 거품이 되어

머리카락을 아주 부드럽게 만들었다

 

우쿨렐레는 바다 수면쯤에 잠수해있고

오래전부터 인어공주의 지느러미는

파도를 탁 치며 다른 곳으로 물들어간다

 

물속에서 겨우 눈을 떠

이상한 화음을 만드는데

부서진 건반이 묘하게 감미롭고

바다 속은 햇빛이 들어와 은은하다

 

한 번 보았던 동생의 비올라는

여전히 반짝 반짝 작은 별이

무거운 해저의 틈 사이로

끊임없이 흘러들어오고 있다